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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시인 첫 번째 시집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표지
서울--(뉴스와이어)--최진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가 2년 만에 초판 1000부가 절판돼 2쇄가 나왔다. 정확히는 최진영 시인이 직접 차린 도서출판 투명에서 개정판 1쇄가 나온 것이다.
서울시인협회가 발행하던 월간 ‘시’ 청년시인상을 통해 2018년에 등단한 최진영 시인은 4년 만에 첫 번째 시집을 세상에 선보였다. 젊은 감각과 재치 있는 발상과 어렵지 않은 시편들로 독자들에게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80% 이상 초판이 팔리지 않는다는 불황 속에서 1000부가 모두 절판됐다. 도서출판 투명은 최진영 시인이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서 순수하게 입소문만으로 절판된 터라 적은 부수지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영 시인은 출판사 스타북스에서는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팀장이고, 서울시인협회에서는 독립 창간해 발행하고 있는 ‘월간시인’의 편집부 일도 하며, 웹소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웹소설 작품으로는 ‘영혼이 보이기 시작했다.’(조아라), ‘등단은 회귀 전에 했습니다만’(카카오페이지) 등이 있다.
◇ 책 소개
·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모든 삶은 PK(Player Killing, Player Killer)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시인.
PK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게임상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죽이는 행위를 플레이어 킬링(Play Killing) 혹은 그 일을 행하는 플레이어 킬러(Play Killer)를 지칭하는 줄임말이다.
2021년에 발간된 이 시집이 2023년에도 적용된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슬픈 일이다. 최근 묻지 마 범죄라는 이름으로 칼부림이 나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세상이 PK로 이루어져 있다는 시인의 말을 정말이지 웃어넘길 수가 없게 됐다.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PK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PK나 사실 큰 차이가 없다. 다른 플레이어를 죽여서 아이템이나 경험치를 얻기 위해 또는 단순히 유흥이나 자신의 강함을 확인하고 표현하기 위해서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거나 죽인다.
거기엔 특별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하긴 어렵다. 이유가 없다.
삶에 의미가 없어진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휘두르는 무차별적인 PK에 언제 어디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지만 그런 그들 역시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고 꼬집는 최진영 시인.
이 시가 무척이나 깊게 느껴지는 건 시대라는 이름의 상처가 크게 벌어져 흘러내린 피 냄새 때문이 아닐까?
◇ 저자 소개
지은이: 최진영(崔珍瑛)
1990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태어났다. 속초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28세에 서울시인협회가 발행하는 시전문지 ‘월간시’로 등단한 젊은 시인이다. 등단할 때 심사위원인 조명제 시인으로부터 “진지한 태도와 열성적 습작 과정을 거쳤으며, 서울시인학교에서도 모범적 수강을 하는 등 가능성을 높여 온 신인”이었다면서 “당선작 연어, 편의점에서, 절에 올라, 죄다 별이 된다면, 참전용사를 통해 자신의 폭넓은 체험에서 보고 느낀 삶의 다양성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현재 웹소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영혼이 보이기 시작했다’, ‘등단은 회귀전에 했습니다만’, 공저 시집 ‘남이 되어가는, 우리’, 동인지 ‘내 안에 하늘이 조금만 더 컸으면 해’ 등이 있다.
현재는 서울시인협회 시인문학회 총무를 맡고 있고 인문학사에서 발행하고 있는 시 전문 잡지 ‘월간시인’의 발행을 돕고 있으며, 도서출판 스타북스에서 기획/마케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엔 직접 출판사를 차려 도서출판 투명 대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2022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지원해 1차 실기에 합격하고 2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올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재도전하며 웹소설 레이블인 판시아, 스토리튠즈와 계약해 웹소설 집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흔치 않은 소재와 삶과 일이 시를 만났다.
시인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미지의 현상들을 위로하고 소망함으로써 변화의 중심에 서서 끊임없는 시적 행보를 지속해야 할 이 땅의 거룩한 독행자로서 호명되어야 한다. 시인들의 행보가 건강해야만 비로소 시대가 다시 밝아질 수 있고 인문학 정신이 생동할 것이다. 이 시집을 내는 최진영 시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인을 옥죄고 놓아주지 않던 모든 장애물이자 아픈 흔적들이 봄볕을 만나 만개한 꽃들처럼, 따가운 태양 볕 아래서도 의연하게 꽃을 피우는 여름꽃들이 아름다운 향기를 품어내듯 삶의 만개와 향기를 품었으면 좋겠다.
최진영 시인은 가장 아름다운 시인으로 시문학의 미래를 밝히 드러낼 시인의 삶을 향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만큼 큰 기대를 거는 시인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하듯이 “모든 문학은 결국 자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운명을 고백하고 운명에 대해 어렴풋하게 추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것이 시적이다. 서정시에서는 이러한 운명이 대개 변하지 않고 세심”하였다. 그의 시 세계의 중심을 간파하고 있는 서정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진영 시인은 결코 시인의 인생에만 천착하지 않고 그의 어른(조모를 포함하여 부모를 섬기며 사랑하는 마음)을 향한 인간의 기본기가 변색하지 않고 그의 삶을 리드하고 있다는 점과 그 인격을 기초로 하여 시작품들이 창작되어 온 삶만을 보아도 그의 시에서 시적 생명력의 왕성함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추호의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 이충재 평설
◇ 책 속에서
1
출근길 지하철 안은
연어의 뱃속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어미의 심장 박동 소리
북태평양에서 남대천까지
산란을 위하여 터질 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컴컴한 바다 속에서
등불이 되어 주는
지하의 등대를 따라
이번 역은 종로
3가 역입니다
문이 열린다
연어 알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간다
2
지하철 노선도 강으로
수많은 연어가 해류에 몸을 실은 채
힘을 아끼고 있다
모두 눈 감고
어떠한 소리도 없이 침묵
고요한 꼬리짓
멀리서 헤엄쳐 왔다
바다가 끝나고 강이 오면
아꼈던 힘을 써야 할 때
연어들이 계단 폭포를 오른다
산란을 위해
아이를 위해
-36쪽 ‘연어’ 전문
병원에는 아픈 사람들만 온다고
믿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병원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이 온다
잃고 싶지 않은 게 많은
그러다 잃어버리기도 했던
그들의 아픔 속에서 희망을 얻고
불확실한 삶에서 확실한 삶을 사는
잡초들을 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생은 늘 우리에게
살아왔는지 버텨왔는지
묻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살아온 만큼
살아가야 할 만큼 확실하지 않고
눈 감는 사람은 병원에 매일 있다
가끔은 어긋나
서로 뽑으려 했던 기억도
그리고 그 아픔마저도
병원에선 추억이 된다
- 68쪽 ‘병원에서’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시체입니다
눈은 감겨 있지만
귀로 세상을 느낍니다
잠시만요!
저도 엘리베이터 좀 타겠습니다
여러분은 살아 있어서
귀가 닫혀 있는 것 같네요
뭐라고요
엘리베이터 안이 무덤 같다고요
하하하!
그러고 보니 흙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어이구, 밀지 마세요
영혼이 밟힐지도 모릅니다
저런… 만 원이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오직 무게로만 보니까요
아!
여기서 다 내리시는 군요
저는 조금 더 내려갑니다
안녕히 가세요
저는 시체입니다
- 71쪽 ‘저는 시체입니다’ 전문
위치 이름 나이 직업 외상이유
1번 이○근 34 무직 이씨가 몰던 차가 다른 차량을 추돌
2번 김○희 34 마트 판매원 차량 전복 사고로 차에서 튕겨 나감
3번 이○선 75 무직 생활고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 시도
4번 이○욱 48 일용직 노동자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
5번 양○란 24 학생 오토바이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
6번 이○석 64 무직 술을 먹고 뒤로 넘어짐
7번 이○동 24 생산직 노동자 기계에 껴 검지 절단
8번 권○식 19 대학생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 시도
9번 성○진 48 미확인 명확하지 않음
10번 신○만 53 사다리에서 떨어짐
11번 주○식 26 창문을 닦다가 5층 건물에서 추락
…
15번
…
20번
24번
VIP 환자 없음.
- 76쪽 ‘외상센터 환자 명단’ 전문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가
병원 말고 바다에 가자고 했다
구급차를 돌려 인천으로 향했고
스크레쳐 카에 할머니를 눕혀
바다로 바다로 향했다
할머니는 바다가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파도를 보고 싶어 온 거라고 하셨다
파도가 힘찬 바다의 맥脈 같으시다고
눈을 가늘게 뜨고 해안선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바다의 손목을 붙잡고 가만히
눈을 감으셨다
바다의 바이탈 사인을 느끼시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 84쪽 ‘병원 말고 바다에 가자고 했다’ 전문
사람들에게 밟혀
사라지는 눈을 보며
더는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스며드는 것이라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 90쪽 ‘눈’ 전문
넌 내게
다가왔던 말로
떠나가는 구나
- 94쪽 ‘안녕’ 전문
너는 기억하겠지
내가 쓴 글들이
너에게 묻어 나왔으니
- 101쪽 ‘지우개’ 전문